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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보 최순실 특종 뒷얘기

by 꼬블린 2016.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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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믿음 '최순실 파일' 파헤친 비결>

# 끝난게 끝난게 아니다
9월 말 전진배 사회2부장이 처음 ‘미르팀’을 꾸리며 팀원들에게 던진 일성(一聲)이다. 사실 ‘게임’은 끝나보였다. 타 매체에선 이미 특종기까지 지면에 쓰던 마당이었다. 처음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이 물었다. “이제 뭘 해야 될까요?” 화이트보드에 등장인물과 주체를 하나씩 그리며 선을 이어갔다. 대기업-전경련-미르재단-청와대- 차은택-최순실까지. 막상 그림을 그리고보니실제로끝난게아니 었다. 서로를 잇는 연결고리는 말 그대로 비선(秘線)이지 정작 실선 (實線)이 없었다. 전경련이 대기업에 강제모금한 정황,청와대의 배후의혹, 그리고 비선국정개입까지 모든건 아직 점선이었다.

#2. “비선이 또 있었어요. 대통령 가방이라고....”
미르재단 관계자를 만나겠다는 보고만 던지고 며칠새 사라졌던 심수미가 나타나 다급하게 나를 보도국 회의실로 끌고 갔다. ‘비선의 비선’인 고(高) 모씨의 존재를 듣고 온것이다.대통령 가방을 만들었다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고씨의 등장 으로 퍼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차은택-고영태-최순실의 관계가 실선으로 변했다. 찾아가야 할 현장이 눈에 띄게 늘면서 팀분위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처음 도착한 현장에서 입수한 문건과 증언이 하나하나 기사가 됐다. 하지만 고씨에게 직접 들은 증언 중 하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도 고친다더라고요.” 문제는 확인이었다.

#3. “선배, 최씨의 사진 같아요.”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 입수가 결정타였다. 최씨 셀카 사진부터 대통령의 미공개 휴가 사진까지. 특히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기밀 문건이 담긴 e메일 캐시 폴더를 열어 볼때는 손이 떨렸다. 열람시간을 확인한 결과 최씨는 이 모든 파일을사전에받았다. 셀카사진이 최씨가 맞다는 전문가 분석과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다는 증언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이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 ‘만약 이게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가 아니라면...’. 전 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비밀 아지트에 모여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했다. 결국 태블릿PC 속 최순실 파일이 모든걸 말해준다고 믿었다. 아지트에선 김태영과 박병현이 200개 넘는 파일의 흔적을 분석해 나갔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물러설 곳은 없었다. 미르팀도 보안상 최씨와 청와대를 의미하는 C&BLUE팀으로 바뀌었다.

 

 


#4.‘PRESIDENT’ ‘유연’ ‘narelo’. 군복무 사진병 출신 김필준이 제대로말을 잇지 못했다. 대통령휴가 사진을 편집한 PPT파일 정보 에서 작성자인 ‘PRESIDENT’를 찾아낸 것이다. 한글 문서정보에서 등장한 작성자 아이디들이 청와대 실세 e메일 아이디, 최순실씨 딸의 개명전 이름‘유연’으로 확인되면서 전율이 찾아왔지만 곧이어 밀려온 건 상실감과 자괴감· 분노였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5. “최씨가 잘하는 건 연설문 수정” 파일 분석을 마치고 찾아온 고민은 보도이후였다. ‘그들이 모든걸 부인한다면...’. “회장(최순실)이 잘하는건 연설문 고치는것”이라는 고씨 발언을 토대로 보도가 나간 후 ‘상대’ 반응을 기다렸다. 최순실 파일을 통해 팩트는 확인한 뒤였다. 청와대에선 “지금이 봉건시대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우리는 다음주 월요일(24일)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화요일 ‘국가기밀 사전 입수’ 순서로 보도를 준비했다. 일요일(23일) 저녁엔 전부장이 진행 하는 뉴스룸에 서복현이 출연해 연설문 수정에 대한 정황을 갖고 있다며 내일 뉴스를 암시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이라는 엄청난 카드를 제시했다. ‘과연 우리 보도가 개헌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잠시, 보도국 회의를 다녀온 전부장이 말했다. “그대로 준비합시다.”

#6.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보도 다음날 곧바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최씨국정개입은 ‘연설문과 홍보’라며 선을 그었다. ‘최씨, 국가기밀 문서도 사전입수’ 보도가 이어졌고, 다음날엔 최씨가 직접 언론에 등장해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래서 최씨 ‘셀카 사진’ 과 대선비선캠프 ‘마레이컴퍼니’ 를 공개했다. 일각에선 이번보도를 상대대응에 따라 대처하는‘신개념보도’라고했다. 그 상대가 지난4년 간 국정을 농단해온 최씨였던 만큼 우리는 어떤반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팀원들을 다독거린 전진배 데스크, 무엇보다 손석희 사장과 오병상 보도총괄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에 감사 드린다. 10월 31일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멘트처럼 지난 10월은 우리에게 그저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결코 잊을수 없는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취재TF가 미르팀에서 출발해 지금은 C&BLUE가 됐지만 아직도 끝난게 아니다.

손용석 특별취재팀장·JTBC



전진배 앵커 & 심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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